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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내가 좋아하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프로 야구에 잘 맞는 말이다. 리더는 절대 혼자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마음을 가지고 함께 가야 한다. 마음을 얻어 한마음으로 함께 가야 멀리까지 갈 수 있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사는 게 다르다. 정말 절실하게 원하면 뛰게 돼 있다. 그만큼 달리게 돼 있다.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힘들고 고달퍼도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지 싶다.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태평양, 쌍방울의 경기를 보며, 아니 어떻게 저런 전력으로 성적을 끌어 올릴 수 있었을까?
리더의 그릇에 따라 그 안의 내용은 달라지는 것 같다.
뭐든 자기가 하나에 미칠 수 있는, 열정을 쏟아 부울 수 있는 일을 알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밑에 얘들이 어떻게는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사람
그냥 맡겨놓고 수수방관하며,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해, 그게 네 일이니까...
(대신 욕 얻어먹길 바라는 눈초리로)다 알고 있는 일을 물어볼 때
후배들이 잘한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보고하는 사람
SK 우승 이후 짤려 나와 그동안의 야구 경험을 인생에 비유하며 리더의 덕목과 적당히 현실에 타엽하며, 적당히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경험담을 들려준다.
사람들은 안전하게 살려고만 한다. 위험을 무릅쓰면서 도전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위험 속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안전함 속에서만 살려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할 때 기회를 얻는다. 완전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바로 기회다. 그걸 기회라고 생각해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성공하게 돼 있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살 방법은 스스로 길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 길을 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자신의 잠재 능력이 발휘된다. 나는 인간은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뜻만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다음에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다시 한계를 만나고, 그것을 뛰어넘으면서 큰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한테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나는 위기관리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위기가 왔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위기가 오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 2중, 3중으로 준비해야 한다.
시리즈는 7차전에 가서 이겨야 한다. 7차전 가서 이기는 걸로 미리 계산을 해두어야 한다. 2패 뒤에 나는 절대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다음 게임을 구상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주는 행동이나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세상살이라고 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해서 일을 하는지, 일하기 위해서 살아남는지 두 가지로 갈리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일을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건 참 불쌍한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일이란 것은 소위 신념을 가지고 강한 의지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살아남는 게 목적인 사람들은 신념이 약하다. 그때그때 편한 길만 찾고 도전하지 않는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것을 뛰어넘는 과정 속에서 성장을 하고 강해지는 건데, 그냥 멈춰버린다. 이런 자세로 일을 하면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책임을 다 남한테 돌린다. 변명하고 해명하느라 바쁘다. 나는 세상에서 이런 사람들이 제일 싫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후회스러운 인생을 왜 사나 싶다. 선수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손가락이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안전함 속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독하게 훈련하는 과정에서 성장이 일어나고,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이길 수 있는 게 승부의 세계다. 그런 세계에 있는 사람이 안전함 속에서 연습했다는 건 리더로서 태만이다. 1군 감독이 와서 뭐라고나 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면서 하는 연습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변화와 성장이 일어날 수 없다.
야구는 항상 벼랑 끝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다. 매 순간이 벼랑 끝이고 위기다. 잠시도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연습량이 많아진다. 이쯤 하면 됐다 싶은 순간이 야구에는 없다. 나는 시간이 많으면 잠도 안 자고 밤새도록 야구만 하고 싶다. 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는 왜 방망이를 안고 자는 놈이 없는지 답답했다. 그만큼 절실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각 조직원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팀은 조직력으로 이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수비가 중요하다. 서로서로 북돋우며 한발씩 더 뛰면 투수도 탄력을 받아 호투하게 된다. 이때 서로에게 흐르는 보이지 않는 믿음은 조직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조직력이 탄탄해졌다는 것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됐다는 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만족과 여유다. 자기 속에 빠져서 만족하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다.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패배자와 다름없다.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연습하는 것, 그것이 진짜 승리자의 자세다.
결단은 모든 것을 다 얻겠다는 마음에서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얼마나 과감하게 버릴 수 있냐가 중요하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망설이면 절대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잃을 것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들어가야 한다. 버릴 때 필요한 게 용기다. 머릿속에서 미리 계산을 다 해두어야 용기를 낼 수 있다. 감으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승리 전략을 마련한 상태에서 치고 들어가는 것이다.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고, 존중이 없다는 것은 겸손이 없고, 겸손이 없으면 오만하다는 뜻이다. 오만이 무슨 뜻인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말 아닌가.
위에 당하는가, 밑에 당하는가 기로에 섰을 때 내 철칙은 위에 당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손가락질을 받을 처지라면 위에서 받아야 한다. 그것이 리더다. 위에 잘 보이려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면 내가 어떻게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나. 야구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라고,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더 절실하게 하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손가락질을 받을 때 나 하나 편하자고 생각하면 나도 쉽게 야구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그러면 이미 그 조직은 망한 조직이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현재의 부족한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99개의 공을 제대로 못 던져도, 1개의 공을 잘 던졌을 때 나는 그 1개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세상 어디에도 버릴 사람은 없다. 버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누구나 한 가지의 장점은 가지고 있다. 그걸 발견하고 키워주는 게 감독이다. 그런데 1퍼센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100퍼센트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주위에서 계속 반대 의견이 들어온다. 왜 선수 안 바꾸냐고 한다.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쉽게 버리고 빨리빨리 바꾸려고만 한다.
나는 남들은 잘 못 찾아내는 선수들의 숨겨진 가능성을 잘 찾아내는데, 찾아내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내가 선수를 안고 가기 위해서 어떻게든 그 가능성을 찾아내야 하니까 찾게 되는 것이다.
결국 리더에 따라서 선수들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열 개에서 열 개를 다 바라면 쓸 수 없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라고 해서 버리는 게 아니다.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열 개 중에서 하나만 잘해도 살릴 수 있다. 그 하나를 가장 빛나게 하기 위해서 끝끝내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밑’을 알아야 ‘위’도 잘 알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될 때가 있는 것이다. 특히나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가르쳐서 그 선수가 재능을 발휘할 때까지, 또 실력은 출중하지만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선수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한다. 자신이 그런 과정을 거쳐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를 거쳐서 감독이 된 사람들은 잘하고 있을 때는 더 잘할 수 있는데, 한번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헤쳐나와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사실은 기다리는 것이 힘든 게 아니다. 확신이 없으니까 힘들고 두려운 거다. 모든 기다림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니까 두려운 거다. 기다림의 끝에 실망만 남게 돼도 그것마저 불평 없이 감수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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